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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벌새 한문선생님

by 문지보이 2023.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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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YEzkvi0MQPo

 

넷플릭스 퀸메이커를 다 보고 든 생각은 '와 은채령 상무 연기잘한다' 였다. 

그런데 알고보니 영화 벌새에서 한문선생님 역을 맡았던 배우였다.

와. 정말 좋아하는 영화에서 좋아하는 역할을 맡은 배우였는데.

벌새를 보는 내내 은희에게 이입해 한문선생님을 동경했고 선생님과의 갑작스러운 이별에 슬퍼했는데.

상무님으로 다시 만나다니. 이거 참 허헛.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 

은희가 영지 선생님에게 강제로 집이 철거당하게 된 사람들을 보며 불쌍하다고 말하는데,

그 말을 들은 선생님은 그래도 불쌍하다고 생각하지마,라며 함부로 동정할 수 없어. 알 수 없잖아,라는 많이 함축된 말을 한다.

선생님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오랜만에 영상을 다시 찾아보았고, 그 뒤로 이어지는 장면에서 기억 저편에 남아있던 또다른 좋아했던 대사가 나온다.

은희는 (나같다 ㅋㅋ) 선생님에게 선생님도 자기가 싫어진 적이 있으세요 라는 질문을 한다.

선생님은 아주 많다고. 사람들이 자기를 좋아하기까진 시간이 무척 많이 드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나는 내가 싫어질 때 그냥 그 마음을 들여다 보려고 해. 아 이런 마음들이 있구나. 나는 지금 나를 사랑할 수 없구나.'

'힘들고 우울할 때 손가락을 봐. 한 손가락 한 손가락 움직여. 그럼 참 신비롭게 느껴진다. 아무 것도 못할 것 같은데.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어.'

 

일상에서 매일 맞닥뜨리는 모순들은 당시 대학생이던, 함부로 동정심도 갖지 않는, 유난히 감수성이 뛰어난 영지 선생님을 여러 고민 속에 떨어뜨려 놓았겠구나.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정의를 외치면 뭐하나. 자신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개인인데. 매일 무력감과 우울감이 넘쳤겠구나. 

 

함부로 동정하지 말자라는 말. 알 수 없잖아라는 말. 

나는 여태까지 반대로 생각했었다. 알 수 없으니까. 조금은 불쌍해해도 되지 않아..? 

 

난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도 잘 못하겠고 누워만 있는데. 

선생님은 어떤 경험을 했던 걸까.

어떻게 '불쌍해'라고 쉽게 넘기지 않으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동정하지말자라는 결론에 도달했을까. 

 

이제 은희는 한문선생님의 말을 다 이해했을까.

 

존재하지도 않는 어떤 이상적인 선생님을 자꾸 찾게되네.. 

영지쌤 보고 싶어요. 많이 물어보고 싶어요..

손가락을 조금씩 움직여 볼게요 영지쌤

 

감독님 인터뷰.

https://youtu.be/fLbrmg8yd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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