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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

내향인의 조금 늦은 사회적 거리두기 후기

by 문지보이 2023.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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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2n년을 기독보이로 살다보니 술, 담배, 클럽 같은 유흥 문화가 나와는 참 멀게 느껴졌었다.

아마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가가 없었다면 아직도 교회를 다니고 그럭저럭 건전하게(?) 살았을 것이다.

 

19년 여름에 소집해제를 하고, 그 해 가을에 복학했다. 열심히 그리고 재밌게 4번째 학기를 잘 마쳤다. 20년도 봄학기도 기대하면서 기숙사에 입사했는데, 

웬걸 입사하자마자 2주간 비대면 수업이 결정되었고 그 2주가 3년이 되었다. 짐을 풀자마자 다시 싸서 집으로 돌아왔다.

 

한학기만에 돌아간 면단위 본가는 답답했다. 아무 것도 없었다. 공익 때는 어떻게 버텼던 건지 모를정도로 답답했다.

거기에 비대면 수업을 처음 진행해보는 교수님들, 조교들의 과제 양조절 실패로 스트레스는 쌓여만 갔다. 사람도 없는 시골 집에만 있으면서 나도 아마 코로나 블루를 겪었던 것 같다. 

 

그런데 매우 다행히도..? 학교에서 기숙사를 그냥 놀릴 수 없었는지 20년도 가을 학기부터 1인실을 개방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평소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기숙사를 제공해줬고 (2인 기숙사 방을 혼자 쓰게 해주고 한달에 14.5만원을 받았다.) 드디어 나는 본가를 떠나 살 수 있었다. 수업은 여전히 비대면으로 들었지만 이제 모두가 어느정도 익숙해져서, 그리고 비대면이 더 좋다는(?) 것을 깨달아서 즐기며 들었다.

 

그렇게 잘 다니다가...  조별과제 수업에서 만난 트롤 팀원으로 + 조금 쌓였던 스트레스와 우울감 + 비대면 수업보단 대면 수업을 듣는 게 낫지라는 핑계로 갑작스러운 휴학을 결정했다. 그래서 기숙사를 나와야했고 갑작스러운 자취를 시작하게 되었다. (죽어도 본가는 가기 싫었다..)

 

혼자만의 공간 + 수업과 과제가 없는 완전한 자유 시간은 모든 스트레스를 없애줄 것만 같았다. 그런데 결국 그 자리를 또 고독함이 파고들었다. 나는 내향인인 주제에 그 흔한 취미도 없어서 참 우울감에 취약했었나보다. 그렇게 열심히 매달렸던 종교에서도 회의감 때문인지 더이상 의지되거나 즐거움을 제공받기가 어려워졌다. 그런데 그래서 참 새로운 것들을 많이 시도해봤던 것 같다. 학교에서 새로운 동아리도 해보고 총학 산하 단체에도 들어갔다. 그때부터 술도 자주 마시기 시작했다. 참 술의 재미를 모르고 살았다는 게 그때 첨으로 아쉬웠다. 늦바람 들지 말고 20대 초에 더 놀고 즐길걸 ㅋㅋ 이러면서.

 

새로운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거의 매일 놀았다. 아마 코로나 블루는 생각보다 많이 겪고 있던 증세였나보다. 매일 새벽까지 놀고 살이 찌고 행복해져갔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니 드라마도 있었지만 그 드라마조차 재밌었다. 그러다가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었다. 그렇게 다시 온라인 공간으로 후퇴했다. 

 

기대없이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를 시작했다. 어차피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인데 뭐 이러면서 편하게 아무말이나하고 놀았다. 그러다가 친밀한 사이의 인터넷 친구들이 생겨났다. 한창 거리두기가 심할 때 우린 더 친해졌다. 그렇게 몇명은 실제로도 만났다. 그때부터 내 삶은 더 다이나믹하게 바뀌어갔다.

 

그 인터넷 친구들로 인해 난 처음 클럽을 가고 술집을 가봤다. 사실 아직도 클럽이 무슨 재민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조금은 알 것 같기도하다. 고막이 터질듯한 노래가 쉼없이 나오고 대화를 하려면 잠깐 노래가 바뀌는 타이밍에만 가능한 공간에서 엉덩이와 어깨를 흔들어 제끼는 게 왜 재밌는지는 내가 너무 내향인이라 잘 모르는 거 일수도 있지만 그 에너지를 느끼면서 거기에 서있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갑자기 신에 대한 감사도 나왔다 ㅋㅋ 역동적인 젊음의 공간을 죽기전에 경험하게 한 것에 감사했다. ㅋㅋ 어쨌든 그렇다

 

클럽 후기를 쓰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거리두기 후기가 되어버렸지만,,,

 

아직 클럽의 즐거움은 모르겠다. 술 같은 거려나. 맛보다는 분위기로 마시는 ^^~

 

결론적으로 내향인의 거리두기 후기는 음 다채로웠다?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취미를 못찾은 게 아쉽지만 이것도 곧 찾을 수 있을 거 같어서 조바심 안내려구.

 

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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